앙리 마티스의 삶과 작품, 그리고 색채를 해방시킨 시선|지역 학부모 도슨트 강연 후기(앙리 마티스)

도슨트 수업의 마지막 날, 앙리 마티스를 만나다

어제는 그동안 참여했던 지역 학부모 도슨트 수업의 마지막 날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커졌다. 아이에게 문제를 많이 풀게 하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책과 전시, 미술관처럼 아이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문화생활에도 관심이 생겼다.

이번 도슨트 수업 역시 미술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수업을 들을수록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뿐 아니라 작가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우리 지역에서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이 매년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어도 어디에서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에서도 미술을 배우고 작품을 이해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마지막 수업의 작가는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앙리 마티스였다.

오늘은 수업에서 배운 마티스의 삶과 작품을 정리하고, 이번 도슨트 공부가 아이의 교육과 나의 일상에 어떤 의미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함께 기록해 보려고 한다.

앙리마티스
앙리마티스

도슨트 공부를 위해 읽어야 할 책,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수업에서는 도슨트가 되기 위해 꼭 읽어보면 좋은 책으로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소개받았다.

미술의 역사를 이해하고 시대에 따라 작품과 표현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한다. 다만 혼자 읽기에는 내용이 쉽지 않아 스터디 형식으로 함께 읽으며 공부하는 방법을 추천받았다.

미술 작품을 이해하려면 작가 한 사람의 이야기만 알아서는 부족하다. 그 작가가 어떤 시대에 살았는지, 이전 세대의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동시대 작가들과 무엇이 달랐는지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수업에서는 그동안 미술사를 다루는 과정에서 여성 작가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는데, 최근 한 명이 추가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미술사를 기록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어떤 작가가 선택되고 조명되는지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미술사의 흐름 역시 무엇을 중심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양미술사』를 읽게 된다면 작가와 작품의 이름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이해해 보고 싶다. 혼자서는 어려운 책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앙리 마티스, 색채를 해방시킨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는 프랑스의 화가로, 20세기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표현으로 야수파를 대표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야수파는 자연의 색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작가의 감정과 인상을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미술 운동이다. 당시 작품에 사용된 과감한 색과 단순화된 형태는 전통적인 회화의 관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였다.

그런데 수업에서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마티스가 야수파라는 명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유명한 작가를 특정 미술 사조의 이름으로 기억하곤 한다. 하지만 작가 자신에게는 하나의 이름으로 규정되는 것보다 자신의 표현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일이 더 중요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티스를 이해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은 바로 색채의 해방이다.

전통적인 회화에서 색채는 대상의 형태와 실제 모습을 표현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반면 마티스는 색채를 작가의 감정과 인상을 전달하는 독립적인 표현 수단으로 활용했다.

실제 나무가 초록색이고 하늘이 파란색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색을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느낀 감정과 분위기에 따라 현실과 다른 색을 선택할 수도 있다.

마티스의 작품을 통해 그림은 눈앞의 대상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과 시선을 표현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세잔과 피카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 현대미술

마티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려면 그가 영향을 받은 작가들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업에서는 마티스가 세잔, 터너, 로댕, 시냐크, 피카소 등 다양한 작가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을 배웠다. 서로 다른 시대와 표현 방식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연구하면서 마티스 역시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발전시켜 나갔다.

특히 피카소는 마티스와 함께 20세기 미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피카소는 세잔의 조형적 탐구와도 연결되는 입체주의, 즉 큐비즘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상을 한쪽 시점에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이었다.

마티스와 피카소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했다. 같은 시대에 활동하면서도 색채와 형태를 다루는 방식은 달랐다.

이처럼 미술사를 공부하다 보면 한 작가의 작품이 그 사람만의 독립적인 결과물이라기보다 이전 작가들의 영향과 동시대 예술가들과의 교류 속에서 발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이름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가가 어떤 미술적 흐름 속에 있었는지 함께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재현하기보다 자신이 느낀 색으로 표현하다

마티스의 작품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색채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자연을 관찰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색을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대상에서 자신이 느낀 인상과 감정을 색채로 표현하고자 했다.

우리는 평소 사물에 정해진 색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무는 초록색이고, 바다는 파란색이며, 해가 지는 하늘은 붉은색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같은 풍경을 바라보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누군가는 따뜻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쓸쓸함을 느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강렬한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다.

마티스는 이런 주관적인 감각을 색채로 표현했다.

그림을 그릴 때 중요한 것은 대상을 얼마나 똑같이 그렸느냐만이 아니라, 작가가 무엇을 느끼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했느냐일 수 있다.

앞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도 ‘왜 실제와 다른 색을 사용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작가가 선택한 색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 속 감정과 분위기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표작 「이카루스」, 추락하는 순간일까, 하늘을 나는 순간일까?

마티스의 대표작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카루스(Icarus)」다.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루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카루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만들어준 밀랍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가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다. 결국 날개의 밀랍이 녹아 바다로 추락하게 된다.

마티스의 「이카루스」는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컷아웃 기법으로 제작된 연작 『재즈(Jazz)』에 포함된 작품이다. 검은색으로 단순하게 표현된 인물과 선명한 파란색 배경, 주변의 노란색 형태가 강한 대비를 이룬다. 인물의 가슴에는 붉은 원이 자리하고 있다.

작품에는 인물의 표정이나 날개의 세부적인 모습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신화 속 이야기를 떠올리며 인물이 어떤 순간에 있는지 상상하게 된다.

이카루스가 추락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작품에 모든 상황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감상자마다 다른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마티스는 형태를 최소한으로 표현하면서도 작품의 핵심을 전달했다. 자세한 묘사 대신 색과 형태만으로 장면을 구성했고, 그 빈자리를 감상자의 상상력이 채우도록 했다.

나는 이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하나의 정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누군가는 자유를 느끼고, 누군가는 추락의 두려움을 느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강렬한 색채에서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정답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알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아이와 그림을 감상할 때, 정답보다 중요한 것

앙리 마티스의 「이카루스」를 보면서 아이와 함께 그림을 감상할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주면 어른은 종종 작가가 누구인지, 그림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부터 설명해 주려고 한다. 물론 작품의 배경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아이가 그림을 보며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이카루스」를 아이와 함께 본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 그림 속 인물은 지금 하늘을 날고 있을까, 떨어지고 있을까?
  •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색은 무엇이고, 왜 그 색이 눈에 들어왔을까?
  • 만약 내가 이 그림을 그린다면 어떤 색을 더 사용하고 싶을까?

이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아이가 어른과 다른 해석을 하더라도 먼저 그 이유를 들어보면 좋겠다. 그림 속 인물이 추락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설명해 보는 경험이다.

이런 대화는 아이가 작품을 자세히 관찰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로 표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그림을 보고 느낀 점을 짧은 문장으로 써보게 한다면 글쓰기 연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나는 아이의 교육이 꼭 책상 앞에서 문제를 풀 때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술관에서 그림 한 점을 오래 바라보거나, 책을 읽고 등장인물의 마음을 상상하거나, 일상에서 발견한 것을 자기만의 말로 설명하는 순간에도 배움은 일어난다.

앞으로 아이와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는 내가 먼저 모든 것을 설명하기보다 아이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아이의 대답을 듣고 다시 질문을 건네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 그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50년 동안 이어진 작업, 한 분야를 꾸준히 탐구한다는 것

이번 수업에서 작품만큼이나 마음에 남은 것은 마티스의 작업 태도였다.

수업에서는 마티스가 약 50년 동안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오랜 시간 자신의 예술을 탐구하고 작품 활동을 이어간 작가였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마티스는 회화뿐 아니라 드로잉과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분야를 탐구했다. 생애 후반에는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컷아웃 기법을 통해 색채와 형태를 표현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건강이 악화된 이후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창작을 이어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 분야를 오랫동안 탐구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열정이 앞서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복되는 과정에 지치기도 하고, 눈에 띄는 성과가 없으면 다른 길을 찾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마티스는 평생에 걸쳐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탐구했다. 이미 잘 알려진 화가가 된 이후에도 새로운 재료와 방법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려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이번 도슨트 수업을 통해 미술을 공부하면서 한 번 배운 것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책을 읽고, 작품을 직접 보고, 다시 생각하고 기록하는 과정이 쌓여야 나만의 시선도 조금씩 생길 것이다.

이런 태도는 아이의 교육을 생각할 때도 의미가 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꾸준히 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부모가 직접 배우고 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본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업은 끝났지만 미술 공부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을 감상하고 내가 이해한 내용을 글로 남겨보고 싶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디에나 꽃이 피어 있다

이번 수업을 마무리하며 마음에 남았던 표현이 있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디에나 꽃이 피어 있다.’

이 문장을 떠올리면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세상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에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도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면 새롭게 다가온다. 미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단순한 그림처럼 보였던 작품이 작가의 삶과 시대, 표현 방식에 대해 알고 나면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도슨트 수업을 듣기 전에는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아름다운 색채나 익숙한 그림에 먼저 눈길이 갔다면, 이제는 작가가 왜 이런 형태를 선택했는지, 어떤 생각을 표현하려 했는지 조금 더 궁금해졌다.

미술을 공부한다는 것은 유명한 작가와 작품의 이름을 많이 아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고, 내가 느낀 것을 나만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에게도 이런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는 것뿐 아니라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말이다.

이번에 알게 된 지역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처럼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먼저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은 결국 아이와 나눌 수 있는 경험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도슨트 수업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에 대해 공부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기록해 나가고 싶다.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부모가 되는 것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 배우며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부모가 되는 것. 이번 도슨트 수업이 내게 남긴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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