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미술관에 다니다 보면 부모 입장에서 괜히 욕심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이왕 왔으니까 작품을 잘 보여줘야지.’
‘이 작품은 이런 의미라고 설명해줘야 하나?’
‘아이도 뭔가를 배워가면 좋을 텐데.’
저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이들이 작품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신경 쓰였고,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 있으면 설명해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여러 번 전시를 보고, 얼마 전에는 아이들 없이 혼자 미술관에 가서 도슨트 설명도 들어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이와 미술관에 갈 때 부모가 모든 작품을 설명해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작품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아이와 전시를 보다 보면 아이가 작품 앞에서 가만히 있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그림 뭐 같아?”
“어떤 색이 제일 마음에 들어?”
“왜 이렇게 그렸을까?”
하고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아무 말 없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냥 기다려보려고 했어요.
어른 입장에서는 몇 초 동안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는 나름대로 작품을 보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조금 있다가 갑자기 “엄마, 저거 이상해.”라고 말할 때도 있습니다.
그때 왜 이상한지 물어보면 아이 나름의 이유가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먼저 이야기할 때까지 조금 기다리는 편입니다.
작품의 정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미술 작품에는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의미가 있고, 전시 설명에도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느끼는 것은 그것과 다를 수 있더라고요.
어른이 보기에는 조금 무거운 작품인데 아이는 재미있다고 할 수도 있고, 작가가 표현한 의미와 전혀 다른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알고 있는 설명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먼저 들어보려고 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어디가 그렇게 보여?”
정도로 물어보는 거예요.
그러면 아이가 다시 작품을 바라봅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요.
아이의 생각이 전시 설명과 다르다고 해서 꼭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모든 작품을 끝까지 볼 필요도 없었어요
미술관에 가면 입장한 김에 전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나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아이들과 여러 번 가보니 모든 작품을 다 보는 것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아이가 유독 관심을 보이는 작품이 있으면 그 앞에서 조금 오래 머물러도 되고, 별 관심이 없는 작품은 그냥 지나가도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 날이 전시 전체를 빠르게 둘러본 날보다 기억에 남기도 했어요.
그래서 아이와 미술관에 갈 때는 ‘몇 작품을 봤는지’보다는 ‘아이에게 무엇인가 하나라도 기억에 남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도슨트 설명을 들어보니 저도 다시 보이더라고요
최근에는 아이들과 자주 방문하던 미술관에 혼자 가서 도슨트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함께 전시를 보다 보니 작품을 오래 바라볼 여유가 많지 않았는데, 혼자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의 배경이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니 같은 작품도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도 이런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이 도슨트의 모든 설명을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떤 작품 하나가 기억에 남고, 특정한 색이나 모양이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와 미술관에 갈 때 부모가 전문가처럼 설명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필요하면 도슨트의 도움을 받고, 모르는 것은 같이 찾아보면 되니까요.
미술관에서 아이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미술관에 가면 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이 작품은 무슨 뜻일까?”
“작가는 왜 이렇게 그렸을까?”
“어떤 게 제일 좋아?”
물론 이런 대화도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이 너무 많아지면 아이 입장에서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보다 엄마의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아이에게 모든 것을 물어보기보다는 제가 먼저 같이 봅니다.
그리고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때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서
“오늘 뭐가 제일 기억나?”
정도만 물어봐도 충분할 때가 있고요.
아이가 “저거.” 하고 하나를 가리키고 끝나도 괜찮습니다.
아이와 미술관에 가는 것이 꼭 공부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아이에게 미술을 알려주기 위해 미술관에 갈 수도 있습니다.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배우기 위해 갈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과 미술관에 가면서 꼭 무언가를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어요.
그냥 엄마와 함께 작품을 바라보고,
마음에 드는 그림을 하나 발견하고,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작품 앞에서 잠깐 멈춰보고,
집에 돌아와 그 작품 이야기를 한 번 더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미술관이 ‘공부하는 곳’으로만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아이와 미술관에 갈수록 저도 조금 편해졌어요
예전에는 아이들과 미술관에 가면 제가 뭔가를 많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품도 설명해줘야 하고, 아이의 반응도 이끌어내야 하고, 전시를 끝까지 봐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편해졌습니다.
아이와 같이 작품을 보고,
아이가 먼저 이야기하면 들어주고,
관심 없는 작품은 지나가고,
좋아하는 작품 앞에서는 조금 오래 머무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모르는 작품은 아이와 함께 알아보면 되고요.
아이와 미술관에 처음 가는 분들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에게 미술을 잘 설명해주는 부모가 되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 작품을 바라보는 시간을 편하게 즐기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