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미술관 가기 전 엄마가 도슨트 공부를 시작한 이유|지역 학부모 도슨트 강연 후기(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아이들과 미술관에 갈 때마다 아쉬웠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도슨트 시간에 맞춰 방문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다 보면 식사 시간이나 이동 시간, 아이들의 컨디션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미술관에 도착했는데 마침 도슨트가 끝났거나, 반대로 도슨트 시간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아이들이 지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작품에 대해 조금만 더 알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직접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을까?’

마침 학교 공지를 통해 지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무료 강연과 동아리 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제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미술 도슨트와 관련된 학부모 동아리였습니다.

저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따로 미술사를 공부해본 적도 없는 평범한 엄마입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미술관에 갈 때 작품을 조금 더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습니다.

또 미술이라는 것은 수학 문제처럼 하나의 정답이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작품을 보고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가 먼저 배우고, 나중에는 아이들과 미술관에 갔을 때 작은 도슨트처럼 작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보자는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도슨트 르누아르
도슨트 르누아르

첫 수업에서 알게 된 의외의 것, 우리 지역에도 미술관이 이렇게 많았구나

첫 수업은 본격적으로 작품을 공부하기 전에 지역에 어떤 미술관과 전시 공간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평소 아이들과 방문했던 미술관 외에도 제가 잘 몰랐던 소규모 미술관과 전시 공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 미술관이나 대형 전시만 생각했는데, 가까운 지역에도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앞으로 아이들과 미술관을 찾아가는 방법도 조금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아이와 미술관에 간다고 하면 거창한 전시를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작은 미술관이나 전시 공간에 가서 한두 작품을 천천히 살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제가 직접 방문해본 미술관들도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르누아르, 그런데 작품보다 먼저 배운 것은 ‘인상파’

첫날의 주제는 프랑스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였습니다.

르누아르의 이름이나 유명한 작품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르누아르는 어떤 화가인가?’라고 질문을 받으면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바로 감상하기보다는 먼저 인상파가 무엇인지부터 배웠습니다.

인상파는 어떻게 등장했을까?

인상파는 19세기 후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등장한 미술의 흐름입니다.

인상파 이전의 회화에서는 역사나 신화, 종교와 같은 중요한 주제를 정교하게 표현하고 완성도 높은 그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화가들이 바라보는 대상과 그림을 그리는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화가들은 완벽하게 정리된 장면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앞에 순간적으로 들어온 빛과 색, 분위기와 느낌을 그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장소도 아침과 오후, 맑은 날과 흐린 날의 빛이 다릅니다.

인상파 화가들은 이런 순간적인 변화를 관찰하고 캔버스에 표현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인상파 작품을 보면 이전의 회화와 비교했을 때 밝고 생생한 색채나 빠르고 짧은 붓질, 빛의 변화를 표현한 모습 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설명한다면 어렵게 미술사를 이야기하기보다 이렇게 말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똑같은 풍경이라도 햇빛이 비치는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이잖아. 인상파 화가들은 바로 그 순간 눈에 들어온 빛과 느낌을 그림에 담으려고 했대.”

이 정도만 알고 작품을 보아도 그림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질 것 같습니다.

르누아르의 작품을 보면서 알게 된 것

르누아르는 인상파를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 중 한 명입니다.

르누아르의 작품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밝고 따뜻한 분위기, 빛과 색채를 활용한 표현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감상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기에도 좋은 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르누아르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르누아르와 관계가 있었던 사람들, 당시 함께 활동했던 다른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동안 미술관에서 작품을 볼 때는 그림 자체만 바라보았습니다.

‘색감이 예쁘다.’

‘사람들이 웃고 있네.’

‘분위기가 따뜻하다.’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작품이 그려진 시대와 화가의 주변 사람들, 그림 속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나니 그림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와 미술관에 간다면 무엇을 이야기해주면 좋을까?

이번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결국 아이들과 미술관에 갔을 때였습니다.

제가 미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에게 어려운 미술사 지식을 모두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작품을 먼저 바라보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르누아르의 작품을 함께 본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게 뭐야?”

“어떤 색이 가장 많이 보여?”

“그림 속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이 사람의 기분은 어떨 것 같아?”

“햇빛은 어디에서 들어오는 것 같아?”

그리고 아이가 대답했을 때 바로 정답을 알려주기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했어?”

라고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입니다.

미술 감상에서는 아이가 작품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있다면 그다음에 이야기를 조금 덧붙여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 그림은 지금 우리가 보는 것처럼 햇빛이나 순간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려고 했던 인상파 화가가 그린 그림이래.”

라고 알려주는 식입니다.

그러면 아이는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관찰하고, 생각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까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먼저 미술을 공부해보기로 했다

사실 이번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첫 수업을 듣고 나니 조금 다른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기 전에 엄마인 제가 먼저 작품을 제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서 아이와 미술관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함께 보고,

“엄마는 이 부분이 재미있어 보이는데 너는 어때?”

라고 이야기하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감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미술에 대한 배경지식을 조금씩 쌓는다면 아이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 같습니다.

도슨트 시간을 놓쳐도 괜찮은 미술관 나들이를 위해

이번 학부모 동아리 활동은 이제 첫 시간이었습니다.

첫날부터 르누아르와 인상파를 공부하고 나니 앞으로 어떤 화가를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무엇보다 이 수업의 목적은 제가 미술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과 미술관에 갔을 때 도슨트 시간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작품 앞에서 함께 멈춰 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안목을 갖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작품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 그림은 무엇을 그린 거야?’라는 질문에 정답만 알려주는 엄마가 아니라,

‘너는 이 그림을 보니까 어떤 생각이 들어?’

라고 먼저 물어볼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 학부모 동아리에서 배우는 화가와 작품 이야기, 그리고 실제로 아이들과 미술관을 방문해서 작품을 감상해본 경험까지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엄마의 작은 공부가 아이들과 미술관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첫 수업의 마지막에는 르누아르의 문장 하나를 들으며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고통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습니다.”

아이에게 미술을 알려주기 위해 시작한 공부였는데, 어쩌면 그 과정에서 저 역시 일상 속 아름다움을 조금 더 발견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수업에서는 또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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