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학 아이와 한라산 겨울산행 후기|6세·7세 아이와 어리목에서 영실까지

아이들과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과 한라산에 올라가도 될까?”라는 생각인 것 같아요.

저희 가족도 처음에는 미취학 아이들과 겨울 한라산을 오르는 게 괜찮을까 고민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 더 자란 기념으로 겨울 한라산의 눈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서 가족 모두 함께 산행을 해봤습니다.

당시 아이들의 나이는 6세와 7세였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7세 아이는 생각보다 잘 올라갔지만, 6세 아이에게는 확실히 쉽지 않은 산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겨울 한라산은 단순히 따뜻하게 입고 가는 것만으로 끝나는 산행이 아니었어요.

아이젠, 간식, 물, 옷차림 그리고 아이의 체력까지 미리 생각하고 가는 것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한라산겨울산행
한라산겨울산행

6세·7세 아이와 선택한 코스는 어리목 → 윗세오름 → 영실

저희 가족이 선택한 코스는 어리목으로 올라가서 영실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였습니다.

어리목 탐방로는 윗세오름까지 약 4.7km 구간이고, 영실 역시 윗세오름까지 연결되는 대표적인 탐방로입니다. 한라산국립공원 공식 안내에서도 어리목과 영실은 해발 1,700m의 윗세오름까지 올라갈 수 있는 코스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이들과 함께 정상인 백록담까지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윗세오름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취학 아이들과 함께라면 무리해서 백록담 정상까지 가는 것보다 아이들의 체력에 맞춰 윗세오름 정도를 목표로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라산국립공원에서도 최근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탐방객들에게 1,700m까지 탐방할 수 있는 어리목·영실 코스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한라산겨울산행
한라산겨울산행

6세 아이는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했어요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바로 아이들의 체력이었습니다.

당시 6세와 7세 아이가 함께 올라갔는데, 두 아이의 체력 차이가 생각보다 꽤 컸어요.

7세 아이

7세 아이도 물론 힘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쉬어가면서 혼자 힘으로 끝까지 잘 올라갔어요.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도 자기 발로 계속 걸어 올라가는 모습이 꽤 대견했습니다.

6세 아이

문제는 6세 아이였습니다.

6세 아이는 산행을 하면서 확실히 많이 힘들어했어요.

중간중간 쉬는 것은 물론이고 아빠가 안고 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만 더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산행이 길어질수록 아이의 체력도 점점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미취학 아동과 한라산 겨울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이의 나이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평소 걷는 양이나 등산 경험까지 함께 고려하는 게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같은 6~7세라도 체력 차이가 상당히 클 수 있으니까요.

한라산겨울산행
한라산겨울산행

그런데 내려올 때가 더 힘들었습니다

올라갈 때 7세 아이가 혼자 잘 올라갔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저희는 하산할 때 아이를 더 많이 챙겨야 했습니다.

올라갈 때는 힘들어도 “정상까지 가보자”라는 목표가 있어서 아이가 어느 정도 버티는데, 내려올 때는 이미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였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눈과 얼음 때문에 미끄러운 구간도 있어서 아이 혼자 내려가게 두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어요.

결국 7세 아이도 하산할 때는 부모의 손을 많이 필요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겨울 산행을 계획한다면 “올라갈 수 있느냐”뿐 아니라 “내려올 체력이 남아 있느냐”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산행이 아니라 눈놀이였던 순간들

그래도 아이들이 끝까지 잘 올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나름의 방법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산을 무조건 빨리 올라가는 방식으로 가지 않았어요.

중간중간 눈이 보이면 아이들과 눈놀이도 하고, 고드름도 구경하고, 간식도 먹으면서 쉬었습니다.

어른에게는 등산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눈이 쌓인 겨울 산 자체가 재미있는 놀이 공간이더라고요.

“조금만 더 가자”라고 계속 재촉하기보다는

“여기 눈 많다!”

“고드름이다!”

하면서 아이들이 주변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해주니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한라산을 간다면 산행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 겨울 자연을 경험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 간식과 물은 정말 필수

이건 꼭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이들 간식과 물은 충분히 챙겨가세요.

저희도 간식을 넉넉하게 준비해서 갔습니다.

걷다가 아이가 힘들어하면 잠깐 쉬면서 간식을 먹고 다시 출발했어요.

어른은 조금 참고 걸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배가 고프거나 지치면 갑자기 걷기 싫다고 할 수 있거든요.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산행이라면 간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체력 보충 + 휴식 + 기분 전환용으로 생각하면 좋습니다.

저희는 중간중간 눈놀이도 하고 간식도 먹으면서 천천히 올라갔기 때문에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라산 탐방로에는 매점이 없는 구간이 있으므로 산행에 필요한 물과 간식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라산겨울산행
한라산겨울산행

겨울 한라산은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게 좋았어요

아이들 옷차림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던 건 두꺼운 옷 하나보다는 여러 겹을 입히는 것이었습니다.

겨울 산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두꺼운 옷을 잔뜩 입히면 오히려 올라가면서 더워질 수 있어요.

저희도 올라가다 보니 아이들이 점점 더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얇은 옷을 여러 겹 입히고 상황에 따라 하나씩 벗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방식이 훨씬 편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걷기 시작하면 금방 더워지고, 쉬면 다시 추워지기 때문에 체온 조절이 중요합니다.

겨울 산행에서는 땀에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오래 있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라산겨울산행
한라산겨울산행

아이젠은 정말 필수

겨울 한라산을 간다면 아이젠은 꼭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눈이 많이 쌓인 곳뿐 아니라 얼어 있는 구간도 있기 때문에 일반 운동화만 신고 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도 아이들에게 아이젠을 착용시켰고, 덕분에 눈길이나 미끄러운 구간을 지나갈 때 훨씬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었습니다.

한라산국립공원 역시 결빙 구간에서는 아이젠을 착용해 미끄럼 사고를 예방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성인보다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아이용 아이젠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의외로 아이들에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산행이 힘들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한라산을 다시는 안 가겠다고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지금까지도 아이들이 종종 한라산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산에서 만난 어른들의 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어?”

“대단하다!”

하면서 많이 칭찬해주셨거든요.

아이들은 힘들었던 기억보다 어른들에게 칭찬받았던 기억을 더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한라산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 사람들이 우리 대단하다고 했잖아.”

라고 이야기할 정도예요.

아이에게는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내가 힘든데도 끝까지 해냈다”는 경험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어리목에서 올라가 영실로 내려갈 때 꼭 알아둘 점

저희처럼 어리목으로 올라가서 영실로 내려오는 코스를 계획한다면 한 가지 정말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차량 문제입니다.

같은 코스로 올라갔다가 내려온다면 주차해둔 차량을 바로 찾으면 되지만, 저희처럼 올라가는 곳과 내려오는 곳이 다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희는 어리목에 차를 세워두고 올라간 뒤 영실 쪽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하산 후 다시 어리목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결국 영실에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어리목 쪽으로 이동한 후 차를 찾아야 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산행을 끝낸 뒤에는 이미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생각보다 번거로웠습니다.

따라서 어리목→영실 종주를 계획한다면 산행 코스뿐 아니라 하산 후 차량을 어떻게 회수할지도 미리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버스 운행시간이나 노선은 계절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당일 최신 교통정보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취학 아이와 한라산 겨울산행, 추천할 수 있을까?

제 경험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가능은 하지만 아이의 체력을 꼭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들의 경우에는

6세 아이 → 혼자 끝까지 걷기에는 많이 힘들었고 아빠가 안아주는 시간이 필요했음

7세 아이 → 힘들어했지만 올라갈 때는 혼자 힘으로 끝까지 올라감

7세 아이도 하산할 때는 부모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음

이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몇 살부터 한라산에 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정확한 나이로 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평소에 장시간 걷는 것을 잘하는 아이인지, 등산 경험이 있는지, 부모가 필요할 경우 아이를 안거나 부축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겨울 산행은 무리해서 완주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언제든지 내려오는 것이 맞습니다.

한라산겨울산행
한라산겨울산행

제가 다시 간다면 이렇게 준비할 것 같아요

저희가 직접 다녀와 보니 미취학 아이와 겨울 한라산을 갈 때는 다음 부분을 특히 신경 쓸 것 같습니다.

  • 아이젠은 반드시 준비하기
  • 물과 간식은 넉넉하게 챙기기
  • 두꺼운 옷 한 벌보다 얇은 옷 여러 겹 입히기
  • 아이가 힘들어하면 충분히 쉬어가기
  • 눈놀이 등 아이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중간중간 만들어주기
  • 아이가 걸을 수 있는 거리와 실제 체력을 고려하기
  • 올라가는 것뿐 아니라 하산할 체력까지 생각하기
  • 필요하다면 부모가 아이를 안거나 부축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 다른 코스로 하산한다면 차량 회수 방법을 미리 확인하기
  • 산행 전 당일 날씨와 탐방로 통제 여부 확인하기

특히 겨울 한라산은 날씨 변화가 심하고 탐방 통제시간도 계절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재 한라산국립공원 안내 기준으로 어리목과 영실은 동절기 탐방로 입산 통제시간이 12시이고, 윗세오름에서는 동절기 하산 통제시간이 15시로 안내되고 있으므로 방문하는 날짜의 공식 안내를 반드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라서 더 특별했던 겨울 한라산

사실 산행하는 동안에는

“아이들과 괜히 왔나?”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특히 6세 아이가 힘들어해서 아빠가 안고 올라갈 때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오히려 그때의 기억이 아이들에게는 꽤 특별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눈이 쌓인 한라산에서 눈놀이를 했던 것, 고드름을 봤던 것, 간식을 먹으면서 쉬었던 것, 그리고 지나가던 어른들에게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았던 것까지.

아이들에게는 전부 하나의 재미있는 추억이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힘들었지만 결국 내가 해냈다”는 경험을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함께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취학 아이와 겨울 한라산을 고민하고 있다면 무조건 추천하거나 무조건 비추천하기보다는, 아이의 체력과 산행 경험을 먼저 생각해보고 충분히 준비한 뒤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꼭 정상까지 갈 필요도 없어요.

아이와 함께라면 아이가 즐겁게 걷고, 눈을 만지고, 자연을 보고, 마지막에 “나 해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겨울 산행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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