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을 때, 엄마가 질문하는 방법을 바꿔봤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을 때, 엄마가 질문하는 방법을 바꿔봤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학교에서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지는 않았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냈는지, 혹시 속상한 일은 없었는지 알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자연스럽게 묻게 됩니다.

“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그냥요.”
“몰라요.”
“재미있었어요.”

분명 하루 종일 학교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었을 텐데, 아이의 대답만으로는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도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할 때면 어떤 질문을 해야 아이가 자기 이야기를 조금 더 편하게 꺼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의 하루에 관심을 끊고 싶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와 대화할 때는 질문의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질문하는 방법부터 살펴보려고 합니다.

아이와 대화법
아이와 대화법

1. 아이가 학교 이야기를 짧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보낸 시간을 자세히 알고 싶지만, 아이에게는 하루의 경험을 순서대로 정리해서 설명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고도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없었을 수도 있고, 하교 후 피곤해서 잠시 쉬고 싶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에서 겪은 어려움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짧게 대답한다는 이유만으로 특정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갈 기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가 지금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한다면 잠시 기다려 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는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학교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또 다른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2. “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라는 질문을 조금 바꿔 보세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을 때 가장 쉽게 떠올리는 질문은 “오늘 뭐 했어?”입니다. 자연스러운 질문이지만, 범위가 넓어서 아이가 바로 대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가 떠올리기 쉬운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꿔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물어보는 것입니다.

  • “오늘 수업 중에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어?”
  • “오늘 쉬는 시간에는 주로 뭐 하면서 놀았어?”
  • “오늘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었어?”
  •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은 언제였어?”
  • “오늘 조금 어려웠던 일도 있었어?”

이 질문들의 목적은 아이에게 반드시 대답을 받아 내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단서를 주는 것입니다.

다만 질문을 여러 개 연달아 던지면 아이가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를 물어본 뒤 아이가 대답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그 대답에 맞춰 자연스럽게 이어 가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가 “오늘은 별일 없었어”라고 대답한다면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괜찮습니다. 매일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3. 아이가 짧게 대답할 때는 대답을 평가하지 마세요

아이와 대화하다 보면 부모도 모르게 질문이 이어질 때가 있습니다.

“누구랑 놀았어?”

“왜 그 친구랑 놀았어?”

“다른 친구들은?”

“그런데 숙제는 다 했어?”

아이의 하루가 궁금해서 묻는 말이지만, 질문이 연달아 이어지면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대신 질문에 답하는 데 집중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한마디라도 대답했다면 우선 그 내용에 반응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오늘 운동장에서 친구랑 뛰어놀았어”라고 이야기했다면 “운동장에서 뛰어놀았구나. 재미있었겠다”라고 반응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더 이어 간다면 들어 주고,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거기서 멈춰도 됩니다.

부모가 궁금한 내용을 모두 확인하는 것보다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꺼낼 수 있도록 대화의 여유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가 실수했거나 친구와 갈등이 있었다고 이야기할 때는 곧바로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먼저 들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가 자기 생각을 설명할 기회를 얻으면 부모도 상황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4. 아이가 속상한 일이 있다고 말한다면 해결책부터 제시하지 마세요

평소보다 말수가 적거나 표정이 좋지 않은 날에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친구랑 싸웠어?”, “선생님한테 혼났어?”처럼 특정한 상황을 먼저 제시하면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신 다음처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오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어?”

아이가 “조금 속상했어”라고 대답한다면 바로 해결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이렇게 이어 갈 수 있습니다.

“그랬구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중간에 끊거나 판단하지 않고 들어 봅니다. 당장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지금 말하기 어렵다면 나중에 이야기해도 괜찮아”라고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괴롭힘이나 위협을 경험했거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단순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말을 차분하게 듣고 필요한 경우 학교와 소통하며 도움을 마련해야 합니다.

평소의 대화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구분하는 것도 부모가 해야 할 일입니다.

5. 학교 이야기를 꼭 질문으로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만으로 대화를 시작하려 하면 부모는 묻는 사람, 아이는 대답하는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이럴 때 부모가 먼저 자신의 하루를 짧게 이야기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엄마는 오늘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조금 바빴어. 그래도 점심 먹고 잠깐 쉬니까 좋더라.”

이처럼 일상에서 있었던 일을 자연스럽게 나누면 아이도 자기 경험을 이야기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아이에게 반드시 대답을 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식사 시간이나 산책하는 시간처럼 서로 긴장을 덜 느끼는 순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함께 무언가를 하면서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짧은 이야기라도 편안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을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6. 아이가 이야기하지 않는 날에도 조급해하지 마세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은 부모라면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매일 자신의 하루를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에는 이야기가 많고, 어떤 날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성격과 기분, 하루 동안 경험한 일에 따라서도 대화의 양은 달라집니다.

다만 평소와 달리 아이가 계속 불안해하거나 등교를 거부하고, 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심한 두려움을 보이는 등 변화가 이어진다면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아이와 차분히 이야기하고 담임교사와 상황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자기 경험과 감정을 표현할 때 부모가 어떤 태도로 반응하는지도 중요합니다.

부모가 모든 일을 알아야 한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아이가 말하고 싶을 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아이의 하루를 모두 알 수는 없더라도, 언제든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은 차곡차곡 쌓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아이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볼 예정이라면 질문을 하나만 바꿔 보세요.

“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 대신 “오늘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었어?”

작은 질문 하나가 당장 긴 대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듣고 기다리는 것 역시 부모가 배워 가는 과정이니까요.

관련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