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먼 이야기 같지만, 지금 아이에게 길러줘야 할 힘은 따로 있었습니다
오늘 학부모 대상 교육 강연을 하나 들었습니다.
주제는 고교학점제였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교 1학년, 유치원생이라 고교학점제라는 말 자체가 조금 멀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중학생쯤 되어야 알아봐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강연을 들었는데, 의외로 초등학생 부모인 지금도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부터 아이에게 고등학교 과목을 골라주거나 입시 전략을 세우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강연을 들으며 제가 얻은 결론은 반대였습니다.
고교학점제를 미리 준비하는 것보다, 훗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본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교학점제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강연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을 크게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설명했습니다.
공통과목은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교양과 학업 역량을 다지기 위해 배우는 과목이고, 선택과목은 자신의 진로·적성·관심 분야에 따라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과목입니다.
예를 들어 자연·공학 계열에서는 미적분, 기하, 물리학, 화학 등이 있고, 인문·사회 계열에서는 경제, 정치와 법, 사회문화 등의 과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즉, 예전처럼 모든 학생이 거의 같은 교육과정을 따라가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적지에 맞춰 고등학교 3년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강연 자료에서는 고교학점제의 핵심을 선택·이수·학점·설계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 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고
- 과목별 이수 기준을 충족하고
- 필요한 학점을 누적하고
- 3년 동안 나만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
특히 90학점의 자율 이수 학점이 있다고 해서 그 90학점을 모두 마음대로 고르는 것은 아니며, 학교 교육과정과 진로, 학업 역량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과목 하나의 선택이 왜 중요할까?
강연에서는 과목 선택이 단순히
‘무슨 수업을 들을까?’
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과목 선택에는 진로, 학업 역량, 흥미, 학업 부담, 대입 전략이 함께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공학·자연과학 계열이라면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관련 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의학·보건 계열은 생명과학과 화학 등을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문·사회 계열은 국어와 사회 관련 과목, 상경 계열은 수학·경제·데이터 관련 과목 등을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 과목을 많이 듣는 것이 아닙니다.
강연에서는 과목 선택의 기준을 다음 다섯 가지로 제시했습니다.
① 진로
② 흥미
③ 역량
④ 학업 부담
⑤ 대입
즉, 남들이 많이 듣는 과목이나 무조건 어려운 과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선택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과목을 많이 들으면 유리하다’는 것도 아니었다
이 부분도 부모 입장에서 기억해둘 만했습니다.
강연 자료에서는 좋은 선택과 위험한 선택을 비교하면서,
좋은 선택
- 자신의 진로와 학업 역량을 고려
- 학교의 과목 개설 여부와 수강 일정 확인
- 평가 방식을 고려해 균형 있게 설계
- 고교 3년 전체 교육과정을 보고 결정
위험한 선택
- 친구가 듣는 과목을 그대로 따라가기
- 쉬워 보인다는 이유로 선택하기
- 어려운 과목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 대학 이름만 보고 전공의 과목 요구사항을 무시하기
등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고교학점제에서 중요한 것은 ‘남들이 무엇을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내가 왜 이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가까워 보입니다.
진로를 아직 못 정해도 괜찮다
이 부분은 초등학생 부모인 저에게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주변에서 진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벌써 진로를 정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연에서는 중학교 3학년 때 진로가 확정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넓은 관심 분야 찾기 → 여러 분야 수업과 활동 경험하기 → 고1 과정에서 구체화하기
와 같은 방식으로 좁혀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진로 미정 = 준비 부족
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교과 수업과 탐구 활동을 통해 관심 분야를 탐색하고 기록하고 비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초등학생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여기서부터가 이번 강연을 들으며 제가 가장 많이 생각한 부분입니다.
강연에서는 학습 단계를
초등학생 → 기본기와 공부습관
중학생 → 문제해결력과 자기주도 학습
고등학생 → 고교학점제와 내신·수능 대비
로 구분했습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인 지금부터 고등학교 과목을 미리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훗날 아이가 자신의 과목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초 체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1. 국어·수학·영어 기본기를 탄탄하게
고교학점제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초등학교 공부의 기본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든 결국 내용을 읽고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기본 학업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강연에서도 중학생이 고교학점제를 준비할 때 국어·수학·영어의 기본 학업 역량을 점검하는 것을 중요한 항목으로 제시했습니다.
2.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관찰하기
지금은 진로를 정할 때가 아니라 관심 분야를 발견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조금 편합니다.
과학을 좋아하는지, 그림을 좋아하는지, 책을 좋아하는지, 숫자에 관심이 많은지,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지.
부모가 진로를 정해주기보다 아이가 무엇을 할 때 몰입하는지 관찰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3.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설명하게 하기
고교학점제에서 과목 선택뿐 아니라 수업 참여와 탐구 과정, 학생부 기록 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내용을 보면서 표현하는 힘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었다면 줄거리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했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것과 비슷한 것은 뭐가 있을까?’
라고 질문해보는 것.
수학 문제를 풀었다면 답만 확인하지 않고
‘어떻게 풀었어?’
‘다른 방법도 있을까?’
라고 물어보는 것.
이런 작은 대화가 훗날 자기주도적인 학습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신도 단순히 점수만 보는 것은 아니었다
강연에서는 고교 내신의 5등급 체제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5등급 체제로 바뀌었다고 해서 내신 관리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대입까지 연결되는 평가에서 과목 선택, 수업 참여와 탐구 과정, 학업 성취가 함께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내신에서 중요한 요소로
- 희망 전공에 필요한 과목을 적절하게 선택했는지
- 해당 과목에서 충실하게 성취했는지
- 수업 활동·발표·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
-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깊이 탐구했는지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강연에서는 쉬운 과목만 골라 높은 점수를 받는 것보다, 자신이 의미 있게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해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부분 역시 초등학교 공부와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지금부터 점수만 올리는 것보다 아이가 무엇을 이해했고,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교학점제와 수능은 따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또 하나 기억해둘 부분은 학교 수업과 수능 준비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수업과 내신에서는 개념 이해와 탐구, 수행평가를 통해 학업 성취를 쌓고, 수능에서는 개념 심화와 문제 해결 능력, 수능 사고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강연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국어·수학·영어의 기본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에게도 결국 돌아오는 이야기는 같습니다.
선행의 양보다 기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문제의 답을 맞히는 것보다 왜 그런 답이 나오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
충북에 사는 아이들이라면 지역 자원도 기억해두기
이번 강연에서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충북 지역의 대학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충북은 지역 특성상 바이오, 반도체, 2차전지 등 다양한 산업과 관련된 교육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강연에서는 오송 바이오 관련 분야, 충북대학교 바이오헬스·약학 관련 프로그램, 반도체 관련 프로그램, 2차전지 관련 연구실 탐방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또한 고교와 대학이 연계해
- 학교·대학 공동교육과정
- 대학 연계 소인수·심화강좌
- 진로·전공 탐색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도 소개됐습니다.
다만 대학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모두 고교학점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참여할 때는 학점 인정 여부와 학교 교육과정 반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연 자료에는 2025~2026학년도 충북대학교 고교학점제 연계 프로그램 사례도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우리 아이들이 실제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다시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AI 시대에는 ‘답을 얻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
마지막으로 요즘 부모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바로 AI입니다.
강연에서는 AI를 이용해 문제를 풀었는지보다 학생이 실제로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학에서도 AI를 활용해 과제를 할 수 있지만, 발표 등을 통해 실제로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공부는
질문하기 → 자료 찾기 → AI 활용하기 → 내용 이해하기 → 자신의 말로 설명하기
처럼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 때부터 AI를 무조건 멀리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설명하는 힘을 먼저 충분히 키워두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오늘 강연을 듣기 전에는 고교학점제를
‘고등학교에서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제도’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강연 전체 내용을 듣고 나니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결국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고,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선택한 과목을 충실히 공부하며, 자신의 고등학교 3년을 설계해가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고등학교에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아직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에게 제가 해줄 일은
진로를 정해주는 것보다 관심을 발견하게 하고,
많이 시키는 것보다 제대로 이해하게 하고,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점수만 확인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게 하는 것.
그리고 책을 읽고, 여행을 가고, 미술관에 가고, 과학을 경험하고, 운동을 하고, 궁금한 것을 함께 찾아보면서 아이가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꾸준히 관찰하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교학점제는 아직 우리 아이들에게는 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오늘 강연을 통해 한 가지는 미리 알게 됐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아이가 자신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면,
초등학교에서는 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
강연 마지막 질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는 어떤 학생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아직 이 질문에 답하기에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어리지만,
언젠가 아이 스스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지금은 다양한 경험과 기본기를 차곡차곡 쌓아주고 싶습니다.
